주제: 새로운 시작

부제: 소녀는 소년의 처음


‘하여튼 이상하다니까.’

에레원이 루사테리온을 떠올릴 때마다 내리게 되는 결론은 언제나 그랬다.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그를 부른 이래로 그 소년은 언제나 에레원의 편에 있었다.

왕성에서 쫓겨나 도망치던 때에도, 오언 제독의 도움을 받아 왕위를 되찾았을 때도 자신보다 작은 키로 저를 올려다보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뭐, 어떻게든 해줄게. 너무 걱정하진 마.”

실제로 그 소년은 어떻게든 했다.

짧은 다리로 왕성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작고 말랑한 두 손에 쌍검을 꼭 쥐고 에레원을 죽이려는 자들을 죽였다.

분명 외견상 저보다 어린데도 망설임없이 적을 베어넘기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제게 돌아와 저를 살피는 소년을 볼 때마다 에레원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애써 감추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에레원이 왕위를 되찾기까지 소년은 언제나 대수롭지 않은 일을 처리하듯 모든 일을 대했다.

적을 죽이는 것도, 아군의 죽음을 보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