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꽃샘추위
점점 추위가 풀리는 듯 하더니 어느새부터인가 다시 추워지는 날씨는 변덕스럽다.
적당히 의복을 갖춰입고 마루에 앉으면 눈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다행이냐, 불행이냐.
항상 그것이 어려웠다.
눈은 천연 방음제 역할을 해서 사냥감이 이쪽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이쪽도 쫓기고 있음을 알기 어렵다.
그와 반대로 추위는 확실히 싫다.
먹이가 될만한 동물도 활동을 중지하고 숨어버리고, 그를 대신할만한 열매들도 맺히지 않는다.
그러니, 봄의 초입인지 겨울의 마지막 발악인지 모르겠는 이맘때는 싫다.
날이 따스해진 줄 알고 방심했다간 겨울의 마지막 발악에 소리없이 스러질 수 있는 시기인 탓이다.
“…털이 복슬복슬해서인가?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마루에 걸터앉아있던 몸 위로 천같은 것이 내려앉았다.